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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제1부 소비의심리학

행동경제학 5편 :매몰비용오류

by 지갑 심리학자 2025. 11. 1.

 

행동경제학 Series | 제1부 소비의 심리학

[Ep.5] 매몰 비용 오류:
합리적 포기를 방해하는 '본전'의 저주

이미 엎질러진 물(Sunk Cost)에 집착하느라 미래를 희생하는 뇌과학적 원리

특별한 기념일을 맞아 1인당 15만 원이 넘는 최고급 호텔 뷔페에 갔다고 가정해 봅시다. 접시를 비우고 또 비우다 보니 어느새 포만감이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더 먹으면 체할 것 같고 음식의 맛조차 느껴지지 않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뷔페 코너에 아직 맛보지 못한 랍스터가 남아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젓가락을 놓는 것이 맞습니다. 추가적인 섭취는 '포만감'이라는 효용(Utility)을 주는 것이 아니라 '소화불량'과 '건강 악화'라는 마이너스 효용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랍스터를 접시에 담아옵니다. 그리고 꾸역꾸역 위장으로 밀어 넣으며 생각합니다. "15만 원이나 냈는데, 여기서 멈추면 손해지. 본전은 뽑아야 해."

 

이것이 바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매몰 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입니다. 이미 지불되어 다시는 회수할 수 없는 비용(매몰 비용)에 대한 미련 때문에, 미래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그르치는 인지적 편향을 말합니다.

 

우리는 종종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과 시간이 얼만데!"라고 외치며 더 깊은 수렁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오늘 [행동경제학 Ep.5]에서는 과거의 망령이 어떻게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잠식하는지, 그 심리적 메커니즘을 심층 분석합니다.

 

과거의 투자에 집착하느라 미래의 기회를 놓치는 매몰 비용 오류 시각화
"Don't let yesterday's investment hold your future hostage."

▲ '본전'을 찾으려는 집착은 더 큰 미래의 손실을 불러옵니다.

"합리적인 선택은 오직 '미래의 이익'과 '미래의 비용'만을 고려한다.
과거에 지불한 비용은 의사결정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 그레고리 맨큐 (Gregory Mankiw), 경제학자

1. 콩코르드 효과: 국가도 빠지는 함정

매몰 비용 오류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국가 단위의 거대 프로젝트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초음속 여객기 '콩코르드(Concorde)' 개발 사업입니다. 이 때문에 매몰 비용 오류는 '콩코르드 효과(Concorde Effect)'라고도 불립니다.

 

1960년대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세계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기 위해 손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이미 심각한 결함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연료 소모가 극심해 경제성이 떨어졌고, 소닉붐(Sonic Boom) 소음 문제로 취항할 수 있는 공항이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잘못된 결정의 메커니즘
  • 경제적 판단: "이 사업은 적자가 확실하다. 지금이라도 중단하는 것이 추가 손실을 막는 길이다."
  • 심리적 판단 (오류): "지금까지 쏟아부은 막대한 개발비가 얼만데! 여기서 멈추면 그 돈은 모두 공중분해 된다. 국가적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는다."
결과 분석:

두 나라는 결국 "본전을 뽑겠다"는 일념으로 개발을 강행했습니다. 1976년 상업 운항을 시작했지만, 콩코르드는 퇴역할 때까지 막대한 운영 적자를 기록하며 '아름다운 세금 흡입기'로 전락했습니다.

 

초기에 개발을 중단했다면 매몰 비용만 날리고 끝났겠지만, 사업을 지속함으로써 [매몰 비용 + 추가 운영 손실 + 기회비용]이라는 천문학적인 대가를 치르게 된 것입니다.

2. [실전 분석] 당신은 합리적인가요?

우리는 콩코르드 사례를 보며 "저런 바보 같은 결정을 하다니"라고 비판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도 매몰 비용의 함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래 두 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당신의 의사결정 패턴을 점검해 보십시오.

시나리오 A: 10만 원짜리 뷔페에서의 선택

당신은 10만 원을 내고 뷔페에 입장했습니다. 이미 배가 불러서 더 먹으면 체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랍스터가 남았습니다.

비합리적 선택 (매몰 비용 오류)

"본전 생각에 억지로 먹는다."

→ 10만 원은 이미 지갑을 떠난, 되돌릴 수 없는 비용입니다. 억지로 먹어서 얻는 것은 '본전 회수'가 아니라, '소화불량'과 '건강 악화'라는 추가 비용입니다. 진정한 이득은 여기서 멈추고 기분 좋게 식사를 끝내는 것입니다.

시나리오 B: 하락하는 주식 (물타기)

1,000만 원을 투자한 주식이 -30%가 되어 700만 원이 남았습니다. 회사의 전망은 어둡고 더 하락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비합리적 선택 (매몰 비용 오류)

"손해 보고는 절대 못 판다. 오를 때까지 버틴다(존버)."

→ 300만 원의 손실은 이미 발생한 확정된 과거입니다. 중요한 것은 '남은 700만 원을 어떻게 굴릴 것인가'입니다. 가망 없는 주식에 돈을 묶어두는 것은, 그 돈을 다른 유망한 곳에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까지 날리는 행위입니다.

3. 왜 뇌는 실패를 인정하지 못할까?

인간이 매몰 비용에 집착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손실 회피(Loss Aversion)''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때문입니다.

  • 손실 회피 본능:
    앞서 13편에서 다루었듯, 인간은 이득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을 2배 이상 크게 느낍니다. 하던 일을 멈추는 순간, 지금까지 투입한 돈과 시간은 '무의미한 낭비(손실)'로 확정됩니다. 뇌는 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 비합리적일지라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며 질질 끄는 쪽을 택합니다.
  • 자아 방어 기제 (Ego Defense):
    포기는 곧 "내 선택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행위입니다. 뇌는 자신의 실수와 무능을 인정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된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억지로라도 그 행동을 지속하려는 심리가 발동합니다.

4. 매몰 비용의 늪에서 탈출하는 '제로 베이스' 사고법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시작'이 아니라 '포기'입니다. 포기는 패배가 아닙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썩은 과거를 도려내는 용기 있는 결단입니다. 매몰 비용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3가지 질문을 제안합니다.

  • 질문 1: "만약 내가 돈을 내지 않았다면?"
    재미없는 영화를 끝까지 볼지 고민될 때 물어보십시오. "이 영화표가 공짜였다면, 그래도 참고 봤을까?" 대답이 "아니오"라면, 당신은 영화를 즐기는 게 아니라 돈을 아까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극장을 나오십시오.
  • 질문 2: "오늘 처음 시작한다면?" (Zero Base)
    주식을 팔지 말지 고민될 때 물어보십시오. "내가 이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가정하고, 오늘 현금 700만 원이 있다면 이 주식을 샀을까?" 만약 사지 않을 것이라면, 지금 가지고 있는 주식은 파는 것이 맞습니다. 과거의 매수가는 잊고 현재의 가치만 보십시오.
  • 질문 3: "내 후임자라면 어떻게 할까?"
    인텔의 전 CEO 앤디 그로브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적자로 고민할 때 이렇게 물었습니다. "우리가 쫓겨나고 새로운 CEO가 온다면 그는 어떻게 할까?" 그들은 "당연히 메모리 사업을 접고 CPU에 집중할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고, 인텔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제3자의 냉정한 눈으로 당신의 상황을 바라보십시오.

 

"본 블로그의 글은 행동경제학 이론을 바탕으로 작성된 비즈니스/심리학 정보성 칼럼입니다. 실제 협상 결과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 행동경제학 60일 프로젝트

과거의 비용 때문에 미래를 망치는 실수, 이제 멈출 수 있겠죠?
다음 글에서는 선택하지 않아서 생기는 비용, '기회비용'에 대해 알아봅니다.